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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스토리] “멀리 더 멀리!” 드론을 통해 만난 더 넓은 세상 notice
    2020-12-11 Hit 588
  •  2020 프로그램 지원사업 |

     

    새로운 기술로 인해 가끔은 세상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런 세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지난달, 근이영양증 환우의 호기심과 웃음이 가득했던 근보회의 드론 수업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근보회 회원들이 즐거운 듯 미소를 짓고 있다.  (출처=근보회)  

    흔히 근육병으로 불리는 근이영양증은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질환입니다. 발병시기랑 진행속도는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간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 전조증상입니다. 걷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눈에 띄는 첫 증상으로, 병세가 심해지면 호흡도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눈을 반짝이며 드론수업에 임했던 근보회의 두 모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경자·정영훈 모자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웃고 있다.

     

    Q. 근육병 확진은 어떻게 받게 되셨나요?

     

    김경자 : 아들이 폐동맥협착이라는 병을 갖고 태어나서 5살 전에 심장 스텐트 시술을 했어요. 그래서 심장은 좋아졌는데 간수치가 안 떨어지는 거예요. 이유를 알아내려고 병원을 옮겨 다니다가 근육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전문병원에 가서 근육 조직 검사, 유전자 검사 다 해보고 나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Q. 근보회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김경자 : 저는 창립 멤버예요. 아들도 당연히 그때부터 회원이었고요. 아주 눈물겹게 고생했죠. 얘(아들) 어릴 때는 울고 싸우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그때는 장애에 대한 인식부터 편의시설, 전부 다 지금보다 한참 떨어지던 시절이니까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어요. 장애인콜택시도 없었을 때는 무조건 분리형 휠체어를 타고 다녔어요. 전동휠체어는 모터 때문에 너무 무거워서 들고 나를 수가 없으니까 차에 태울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역마다 승강기가 있죠? 예전에는 역을 코앞에 두고도 승강기가 있는 역까지 돌아가서 타고 그랬다니까요. 그렇게 대학까지 졸업시켰어요.

     

    Q. 어머니가 고생이 많으셨네요. 대학 생활은 어떠셨어요?

     

    정영훈 : 고등학교 때까지는 도움을 요청해야만 받을 수 있었는데, 대학 때는 수강신청도 먼저 할 수 있었고, 장애학생모임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학교가 서울이랑 부천 경계선에 있어서 장콜을 타고 학교 앞까지 갈 수가 없었던 게 문제였죠. 특히 비가 오거나 할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5분만 더 가면 도착인데 경기도라 못 넘어간다고 내리라고 하면 내려서 그 비를 맞고 가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근보회 회원들이 모여 하늘을 향해 드론을 날리고 있다.  (출처=근보회)

     

    Q. 드론 수업은 어떠셨나요?

     

    정영훈 :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어요. 어머니가 드론에 관심이 많으시다보니까 항상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는데 직접 해볼 기회는 없었거든요.

     

    김경자 : 세상에, 아이들 눈이 그렇게 반짝거리는 건 처음 봤어요. 너무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근육병 환자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손가락 근육인데, 그럼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근보회가 사단법인이 아니라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포기했었는데 올해는 한국장애인재단에서 지원해주신 덕분에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뻤어요.

     

    Q. 어떤 점이 가장 즐겁고 재밌었나요?

     

    정영훈 : 휠체어를 타고 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무래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항상 먼 곳, 더 넓은 곳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근보회 친구들만 봐도 여행 프로그램을 제일 좋아들 해요.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이 찍어다 준 영상도 많이 보고 있어요. 그런데 드론이 있으면 제가 갈 수 있는 범위보다 더 넓은 곳까지 직접 찍어서 볼 수가 있잖아요. 높은 곳에서 찍은 영상을 보면 속이 시원하게 탁 트이는 기분이 들어요.

     

    김경자 :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좋았죠. 수업 인원이 총 8명이었는데 사실 그중에서 반은 조종기를 손에 쥐여 줘도 조종하기가 힘들 정도로 손에 힘이 없어요. 그런데도 꼭 수업에 참여하려고 하고,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멀리까지 따라오더라구요.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표정에서부터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고 흐뭇했어요.

     

    임복순ㆍ최진호 모자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Q. 진호씨는 드론 수업에 가장 열정적으로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최진호 : 드론수업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기는 했었지만 이 어려운 상황에 모여서 멀리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어요.

     

    Q. 다른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최진호 : 다른 친구들은 드론이 뭔지도 잘 모르고, 배운다고 나섰다가 민폐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다들 안 한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수업이 시작되니까 질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어요. 다들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보니까 그 답답함을 드론을 통해 해소하는 것 같았어요. 8회 진행되는 동안 빠지는 사람도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왼) 진호씨가 드론을 조작하고 있다. (오) 진호씨의 드론이 하늘을 날고있는 모습.  (출처=근보회)

     

    Q. 이렇게 활발하고 밝아 보이지만 학창시절에는 마음의 상처가 되는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진호 씨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최진호 : 장애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는데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특수교실에 배치됐을 때 너무 외로웠구요. 특수반에는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더 많았거든요. 대화가 통하는 사람도 없고, 정규 수업도 못 듣고 하다보니까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힘들었어요.

     

    임복순 : 초등학생들한테는 바퀴 달린 휠체어가 재밌어 보였나 봐요. 애들이 서로 (휠체어를) 밀어주겠다고 하다가 벽에 박아서 얼굴을 다쳐왔을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죠. 고등학교 때는 특수반 보조 선생님한테 무슨 부탁을 좀 했는데 알림장 뒷장에다가 '당신 아들만 귀하냐'는 식으로 메시지를 남겨놨더라고요. 그 내용은 한참 뒤에 발견했는데 그때는 이미 그 선생님이 학교를 떠난 이후였어요. 좋은 선생님도 많이 만났지만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정말 힘들었어요.

     

    Q. 지금 진호 씨 상태는 어떤가요?

     

    임복순 : 호흡기까지 약해져가는 상태예요. 밥을 먹으면 호흡하기 더 어려워해서 뭐든지 잘게 잘라줘야 해요.

     

    최진호 : 가정용 호흡기를 쓰고 있어요.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엄마도 조절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자다가 쇼크가 온 적도 있었어요. 숨 쉬는 게 답답해지더니 갑자기 (쇼크가) 오더라구요.

     

    (왼) 근보회 회원들이 모여 드론 조작법을 배우고 있다. (오) 핸드폰과 연결해 드론을 조작하는 모습.  (출처=근보회)

     

    Q.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최진호 : 연습할 때 쓰는 조작기는 손에 다 안 들어와서 어려웠어요. 차라리 실전에서는 스마트폰 어플로 조작하니까 그나마 괜찮았거든요. 옆에서 받침대 역할도 해주고, 손도 올려주고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어요.

     

    정영훈 : 휠체어에 앉아있기도 하고, 뒤를 돌아보는 것 자체가 어렵다보니까 드론이 뒤로 가버리면 분실 위험이 커서 조심해야 했어요. 강촌에서는 진짜 드론을 강에 빠뜨려서 선생님이 고생하셨어요. 그것 말고는 코로나 때문에 수업을 1달 정도 쉬었더니 금세 감을 잃어버려서 다시 되찾는 게 좀 힘들었구요.

    임복순 : 어려웠다기보다 엄마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더 많은 아이들이 수업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다들 눈을 빛낼 정도로 좋아했거든요. 여건상 어쩔 수 없기는 했어요. 실습을 하려면 교외로 나가야 하는데 더 많은 휠체어를 이동시키는 게 만만치가 않거든요. 차량 확보도 그렇고, 오르내리는 시간도 그렇구요.

     

    Q. 다들 좋아하셨다니까 내년에도 꼭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김경자 : 맞아요. 올해는 수업 인원이 8명밖에 안 돼서 아쉬워요. 꼭 2기, 3기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드론으로 촬영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해외에서는 드론을 이용해서 농약도 치고, 택배도 배달한대요. 기술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임복순 : 같은 생각이에요. 왜냐면 지금 근보회에 20대 초중반인 아이들이 제일 많거든요. 하고 싶은 게 제일 많은 시기인데 자유롭게 활동을 못 하니 얼마나 아쉽겠어요. 드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 체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사는 재미를 좀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최진호 : 계속 수업을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영상을 찍었는데 더 배워서 사진도 찍어보고 싶어요. 드론으로 사진 촬영을 하려면 공중에서 구도를 잡은 채로 정지시킬 줄도 알아야 하거든요.

     

     근보회 회원들에게 드론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이 되었습니다. 장애인의 일상에 반짝이는 하루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한국장애인재단의 프로그램 지원사업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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