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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스토리] 중복장애인이 아닌, 시청각장애인입니다! notice
    2021-01-08 Hit 228
  • | 2020 프로그램 지원사업 |


    저 멀리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손에 손을 잡고 있는 무리가 보입니다. 바로 시청각장애인 단체 ‘손잡다’의 회원들입니다. 그간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과 반가움을 손의 온기로 부지런히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꽃꽂이 체험이 있는 날입니다.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 들어서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습니다. 통역사가 촉수어*로 꽃 이름을 알려주고 생소한 것은 손바닥에 적어 설명해주자 모두 차분하게 꽃을 음미해갔습니다.

    *촉수어 : 시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수어 중 하나로, 수어를 손으로 만져서 하는 의사소통방법

    수어통역사가 시청각장애인 회원에게 촉수어로 꽃 이름과 종류, 생김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수어통역사가 강사의 말을 수어로 통역하면, 농인 활동지원사는 전달받은 정보를 시청각장애인 회원에게 촉수어로 설명합니다. 3명이 합을 맞춰야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왼쪽 사진 - 수어통역사(맨 오른쪽)가 농인 활동지원사(가운데)에게 수어 통역으로 강사의 말을 전달하면, 오른쪽 사진 - 농인 활동지원사(오른쪽)가 시청각장애인 회원(왼쪽)에게 촉수어나 손바닥에 글씨를 써서 강의 내용을 전달했다.


    ‘손잡다’는 전국시청각장애인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면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간의 교류와 소통을 위한 자조모임과 지역사회 탐방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손잡다’의 조원석 대표와의 인터뷰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점자정보단말기를 이용해 기자가 질문을 타이핑하면 조 대표가 점자로 읽고 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시청각장애인 단체 손잡다의 조원석 대표

    Q. 코로나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있네요. 오랜만에 모이셨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시청각장애인은 이런 자조모임이나 체험활동을 통해 연대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그래서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을 때는 만나서 밥도 먹고, 피자 만들기 체험도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통역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어요. 당사자가 30명이면 통역사가 70명에서 80명 정도 필요하거든요. 통역사 중 한 명이 확진됐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당사자와 활동지원사도 접촉을 피하는 분위기가 심해졌어요.


    시청각장애인이 꽃꽂이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 수어통역사가 촉수어로 강의 내용과 꽃에 대해 설명해주면, 꽃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으며 특징을 기억해냈다.

    Q. 코로나 상황에서 시청각장애인분들의 불안감이 극심했을 것 같아요.

    우선 정보를 얻지 못하니까 너무 불안했죠. 그나마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자조모임도 중단됐으니까요. 촉수어를 사용하든 근거리에서 음성으로 말하든 모두 근접해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접촉을 피하게 되니 통역사와 활동지원사 모두 만나기 어려웠고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고립 상태에 빠지는 것인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에요.

    Q. 시청각장애는 관심도 지원도 가장 적은 유형이라고 들었어요.

    대부분 시청각장애를 중복장애랑 혼용해서 사용하는데, 엄연히 다른 개념이에요. 색깔에 비유하자면 빨간색과 파란색을 혼합했을 때 보라색이 되잖아요. 그렇다고 보라색을 ‘빨간색과 파란색의 혼합색’ 이렇게 부르지는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시청각장애인은 ‘보라색’인 거죠. 두 가지가 혼합되어 나타난 제3의 색깔이자 제3의 장애이기 때문에 중복장애라고 불리는 걸 선호하지 않습니다.


     조원석 대표와 회원이 촉수어로 소통하고 있다.


    Q. 국내에서 헬렌 켈러 법(시청각장애인 지원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사실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고 하는데, 막상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아요. 시청각장애인은 무조건 특수교육 교사가 가르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한다고 해도, 시청각장애아동을 교육하는 특수교사 자체가 거의 없잖아요. 진짜 당사자들이 바라는 것은 당사자 중심의 지원정책이에요. 차라리 당사자들이 모인 자조 단체의 재원 마련에 도움을 주던지, 해외의 좋은 정책 사례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유학사업, 파견사업을 지원하는 방향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해요.

    또 한 가지 바라는 것은 ‘맞춤형 활동지원사’ 양성이에요. 활동지원사들이 수어를 못 하니까 곤란할 때가 많아요. 시청각 통역이라는 것은 단순히 말을 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누군가 나에게 말을 할 때 저 사람이 나를 째려보면서 말하는지, 내가 말하는 데 딴짓하고 있는 건 아닌지, 큰 소리로 말하는지, 소곤소곤 말하는지 등 들리고 보이는 모든 상황을 통역할 수 있어야 하죠. 통역 활동지원사라고 통칭해서 부르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제도가 절실해요.


     꽃꽂이 수업을 마친 손잡다 회원들이 각자 완성한 꽃바구니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Q. 2021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희 단체는 교육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요. 당사자에게 점자정보단말기와 수어, 문해 능력, 국어를 가르치고 있고요. 시청각장애인 대회는 매년 추진하려고 계획 중이고,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아시아 시청각장애인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과 4년마다 열리는 국제행사에 나가는 것도 목표예요. 국내 시청각장애인 단체가 국제무대로 계속 진출할 수 있어야 해요.

    무엇보다 장애인 자립의 최종 목적인 일자리 연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국제 대회만 가도 항상 해외 국가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오고 플리마켓도 하는 데 매번 한국만 빈손이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버는 목적에는 못 미쳐도 최소한 해외 시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습니다.


    제3의 색을 가지고 있는 시청각장애인, 그들의 정체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손잡다’의 활동을 한국장애인재단이 응원하겠습니다.


    한국장애인재단은 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법과 제도의 개선, 차별의 시정, 권리증진을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장애인단체의 지원을 통해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 장애를 이유로 장벽이 생기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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