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고등학교 백창진 선생님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

햇빛이 쨍쨍한 어느 오후, 흰 지팡이로 바닥을 톡톡 두들기며 교정으로 마중 나온 백창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교정 곳곳에 있는 계단을 어려움 없이 성큼성큼 걷는 백 선생님을 따라 교실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학생들이 질문공세를 합니다.

“선생님, 몇 시에 교실에 올라가나요?”
“선생님, 이건 어디까지 풀면 될까요?”

백 선생님의 다정한 답변과 지도를 받은 학생들은 또 다시 하던 공부를 즐겁게 이어갑니다. 말 한마디에, 눈빛 한 번에 서로의 생각을 척척 알아채는 백 선생님과 학생들의 즐거운 학교생활을 들여다봤습니다.
신장고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 중인 백창진 선생님
신장고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 중인 백창진 선생님
#솔직함이 어려웠던 나날
백 선생님은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고, 교사가 되기 전 일반 기업에서도 근무했었습니다.

“중학교 때 이미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실명 진단을 받았어요. 40대가 되면 완전실명을 할 거란 진단이었죠. 야맹증과 함께 시야가 조금씩 좁아지는 증상이 심해졌고, 고등학교 때는 왼쪽 눈이 실명했어요. 오른쪽 시력만 남았지만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했죠.”
*망막색소변성증
망막에 분포하는 광수용체의 기능장애로 발생하는 진행성 망막변성질환. 시력이 점진적으로 감퇴하며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남.
이때만 해도 비장애인들과 섞여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는 백 선생님이지만 20대 후반 오른쪽 시력마저 점점 떨어지면서 직장생활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력이 떨어지면서 비장애인에 비해 반응속도가 느려졌고, 업무에 지장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의 저는 장애가 없는 사람처럼 비장애인들 속에서 살고 싶었어요. 장애를 숨기다시피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을 한 거죠.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솔직하지 못한 시절이었어요.”

백 선생님은 시력이 떨어져도 할 수 있는 직업을 고민했고, 교직을 선택했습니다. 순발력은 다소 떨어질지언정 미리 수업준비를 하고 언어로 충분히 지도할 수 있는 직업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가슴에 품게 됐습니다. 그는 2002년에 특수교육과에 편입을 하고 임용시험을 치러 교사가 됐습니다. 그렇게 교직에 몸담은 지 어느덧 14년째입니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백 선생님이 편입한 대학교는 비교적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약한 시력으로 필기가 어려울 땐 동기들이 도와주고,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제도와 기숙사 배정 등 배려가 있었습니다. 백 선생님은 그런 학교 분위기 속에서 보다 당당한 교사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학교 분위기가 많은 도움이 됐죠. 편입한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장애가 없는 척 나를 숨기고 살던 때와 달리 있는 당당하게 장애를 드러내고 도움이 필요할 때도 주눅 들지 않게 됐어요.”

임용시험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환경과 조건에서 치렀습니다. 경쟁이 치열했던 서울의 직장생활에서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살았다면, 편입 이후에는 자신감을 가득 얻었다는 백 선생님. 그는 학교생활에서 느낀 귀중한 깨달음을 학생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습니다.

“장애인은 인생의 패배자나 은둔자가 아니에요. 우리 학생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해요. 또 사회로부터 받은 배려를 다시 베풀며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교직에 필요한 또 하나의 눈
화면확대 소프트웨어 ‘줌텍스트’
화면확대 소프트웨어 ‘줌텍스트’
현재 백 선생님의 왼쪽 눈은 완전 실명 상태이고, 오른쪽 눈은 화면확대S/W로 6배 이상 확대해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력만 남아 있습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윈도우 운영체계는 계속 업데이트 되고, 그에 맞는 화면확대 소프트웨어가 꼭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화면확대 소프트웨어는 PC화면을 확대하고 백 선생님의 시력에 맞게 화면 색상을 반전시켜 업무 수행을 가능하게 도와줍니다.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매 수업시간마다 활용되며, 수업을 위한 활동지 제작과, 공문서 작성 등의 학교업무를 처리하는 데도 꼭 필요합니다.

“수업을 할 때 제가 만든 활동지를 학생들이 보는 대형 TV 화면에 원격제어로 띄워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런 수업방식으로 학생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고, 수업내용에 대한 반응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좋습니다.”

활동지 외에도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영상물을 비롯한 수업자료를 보여주기에도 화면확대 소프트웨어의 도움이 큽니다. 학생들이 장애를 부정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하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백 선생님은 장애인 작가가 쓴 책을 독서교재로 사용해 국어수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감성을 조금씩 어루만져주는 수업입니다. 이 같은 수업에도 화면확대 소프트웨어가 꼭 필요합니다.

“교육보조기기는 눈이 어두워지는 제가 세상을 크게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입니다. 이 눈을 통해 우리 학생들에게 다채로운 지식과 경험을 전해주고 싶어요. ‘내가 이렇게 교사로 일하며 학생들을 만났듯, 너희들도 해낼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도요.”
#우리의 미래는 밝다
교육보조기기 지원 소감을 전하는 백창진 선생님
교육보조기기 지원 소감을 전하는 백창진 선생님
백 선생님의 간절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돼서일까요? 신장고등학교의 장애학생들은 서로 돕고 어울리는 분위기에 익숙해진 모습입니다.

“얼마 전에 학생들과 음성 꽃동네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시력이 안 좋으니까 우리 학생들이 제게 가이드를 해주더라고요. 그날 감동도 받고 보람도 느꼈지요. 제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서로 도우면서 앞날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이번 교육보조기기 지원으로 장애인 복지향상의 좋은 전망도 꿈꾸는 백 선생님입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장애인 교사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준 자체에 굉장히 고마움을 느낍니다. 수업준비가 수월해졌을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향한 시각과 배려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느껴져서 ‘우리 학생들의 미래도 괜찮겠구나.’하며 안도하지요.”

이야기를 마치고 교실 밖으로 배웅하시며 백 선생님은 또 한 번 고마움과 희망을 표현합니다.

“저처럼 지원을 받는 장애인 교사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교육보조기기로 학생들과 더욱 많은 이야기와 교감이 이루어지는 이 뿌듯함을 많은 분들이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국장애인재단 한국교직원공제회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구만호 선생님

변화하는 미래 교육 현장의 중심에서

조금 더 특별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에는 특별한 선생님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건축인테리어과 구만호 선생님입니다. 구만호 선생님은 34년째 학생들과 소통하며, 열정적인 강의를 펼치고 있습니다.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건축인테리어과에서 건축도장을 가르치는 구만호 선생님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건축인테리어과에서 건축도장을 가르치는 구만호 선생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는 서울 소재 일반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 중 직업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입니다. 현재 이곳은 컴퓨터, 건축인테리어, 미용예술, 호텔조리 등 취업 준비를 위해 특화된 학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갖고 있는 재능과 능력은 다르지만 취업을 위해 열심히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이미 남다른 프로의식이 엿보입니다.

이처럼 재능이 넘치는 인재들이 모여 있는 만큼 이곳 선생님들 또한 특별한 신념을 갖고 있는데요. 특히 1년 전 건축인테리어과에 부임한 구만호 선생님은 남다른 교육관으로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구 선생님이 처음 교사의 꿈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 때문입니다. 엄격하지만 자상한 성품으로 제자들을 이끌어주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재 구 선생님의 모습은 그때 그 시절의 담임선생님을 꼭 닮아있습니다. 그는 수업 시간에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하지만,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 같은 선생님입니다.

구 선생님은 “남보다 좀 더 시간이 소요될 뿐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교직에 선 지 16년 정도 됐을 때 처음 시력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교직 생활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미국에서 검사를 받고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시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실명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거든요.”

구 선생님은 “비록 눈이 잘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보이지 않던 것을 더 잘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사람의 마음만큼 깊은 것이 또 있을까요. 그 깊숙한 마음속까지 헤아리는 구 선생님의 눈빛은 더욱 맑고 깊게 느껴집니다.
#기술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 교육
교육에 대한 꿈을 전하는 구만호 선생님
교육에 대한 꿈을 전하는 구만호 선생님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에 부임하기 전 구만호 선생님은 대안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대안학교의 특성 상 정규교육에 관심이 없거나,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매 수업시간 마다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난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으로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갔습니다. 선생님에 대해 막연한 적대감을 갖고 있던 학생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의 임성빈 교장선생님은 구 선생님이 근무하던 대안학교를 찾아 갔다가 우연히 그 모습을 보게 됐고, 인연을 쌓아갔습니다. 그리고 1년 전, 건축인테리어과 선생님들과 만남을 주선하며 구 선생님 스스로 본인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를 선물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만장일치로 구 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데 찬성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부임 후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큰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지난 해 도장기능사 자격시험에 응시한 학생 44명 중 42명이나 합격한 것입니다. 이 전년도에 겨우 10여 명이 합격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였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무조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잘못된 점을 수정해가면서 차근차근 나아가면 됩니다.”

구만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지식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가 일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이라고 말하는 선생님. 이를 위해 학생들과 함께 응암동 내 독거노인을 방문해 무료로 도배를 해드리는 등 자체적인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단순한 재능을 넘어 따뜻한 마음까지 일깨워주는 그는 참된 스승입니다.
#제자와 함께 서는 교단을 꿈꾸며
독서확대기 '센스뷰비전'
독서확대기 '센스뷰비전'
현재 구 선생님은 건축인테리어과의 도장·방수 수업 외에도 교무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만 등 해외 학교들과의 교류를 주관하는 것도 그의 몫입니다. 맡은 업무가 많은 만큼 검토해야 할 서류들도 산더미 같습니다. 그만큼 눈의 피로도 또한 쌓이기 마련입니다.

“미국에서 직접 구입해 15년간 사용해온 독서확대기가 얼마 전 고장 났어요. 새로운 독서확대기를 구하기 위해 20여 곳에 전화를 해 도움을 청했죠. 하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국교직원공제와 한국장애인재단의 장애인 교원 교육보조기기 지원 사업에 대해 알게 됐어요. 절박한 제 마음이 통했는지, 다행히 새로운 독서확대기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에게 작업지시서를 설명하기도 수월해졌고,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졌어요. 교무회의를 할 때에도 다른 선생님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졌습니다.”

구 선생님은 올해 9월 예정된 해외교류 행사에 대한 대만 학교의 수신메일을 직접 독서확대기로 확대해 보여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제자가 찾아와 ‘선생님과 함께 교단에 서는 것이 꿈’이라는 이야길 해줬어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 녀석과 함께 교단에 서는 날을 꿈꾸며 최선을 다 할 계획입니다.”

명예퇴직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도 있다는 그였지만, 제자들이 찾아와 직장에서 이룬 성과를 자랑할 때 덩달아 즐겁고 보람이 느껴지기에 교직에서 내려올 수 없었습니다. 구만호 선생님의 최종 목표는 그와 같은 장애를 가진 후배 교사들에게 롤모델로 남아 희망을 전하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물론 교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자기애와 자신감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저는 앞으로도 성공의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에게 자격증 취득으로나마 작지만 성공의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그 성공 경험들이 앞으로 이들이 더 큰 도전 앞에 섰을 때 작은 발판이 되지 않을까요?”

34년의 교직 생활 중 25년간 담임교사로써 지내온 구만호 선생님. 지금까지 그는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이었고, 꿈의 인도자였음을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도 든든한 살림꾼이자 아버지로서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를 지켜 나갈 구만호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한국장애인재단 한국교직원공제회
안동영명학교 김성민 선생님

사회에서 당당한 인재가 되길

“우와! 스트라이크!”
아이들의 문화체험과 진로교육이 열리는 교실 해피 스페이스가 우렁찬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커다란 전자칠판 앞에 모여든 아이들은 신기하고 특별한 수업을 기다립니다. 닌텐도 wii 리모컨을 손목에 걸고 실제로 볼을 굴리듯 힘차게 볼링게임을 체험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볼링체험도 김성민 선생님이 지원받은 전자칠판 덕분이겠지요?
안동영명학교
안동영명학교
#나는 우리 학생들의 떳떳한 선생님입니다
올해로 17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김성민 선생님. 김 선생님은 고3 시절 진로 상담시간 담임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한 대학교의 직업재활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그는 ‘교사’라는 천직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직업재활학과에서 교직이수를 하고 시험을 치면 특수학교 교사가 될 수 있었어요.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특수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희망을 걸게 됐죠.”
교직이수 뿐만이 아닙니다. 대학 재학시절 학과 신문을 만들고,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고, 학교 행사에 쓰일 발표자료도 직접 만들 정도로 김 선생님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대학에 갓 입학하면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취할 법도 한데, 그는 노는 것 보단 공부하고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졸업할 때까지 항상 노력파였던 김 선생님이지만 교사가 되기 전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안동영명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민 선생님
안동영명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민 선생님
“교직이수 후에 교생실습을 마쳐야 교사가 될 수 있어요. 다른 교사들은 손으로 간단히 실습일지를 쓰고 수업지도안을 뽑는데, 저는 뇌병변장애가 있기 때문에 글씨를 쓰기가 어렵습니다. 실습한 내용은 일일이 워드로 쳐서 일지에 붙이고 별도로 수업준비를 했어요. 매일 밤 12시까지 일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어요.”

그를 힘들게 한 데는 학교 선배의 역할도 한 몫 했습니다.

“교생실습을 나간 학교에 동아리 선배가 교사로 있었어요. 그 점이 실습이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후배라는 이유로 오히려 더욱 엄하게 대하시고 채찍질 하셨어요. 수업지도안도 꼼꼼하고 알차게 만들 때까지 수없이 반려시키셨죠. 그땐 참 힘들었는데 그 과정이 있었기에 교사로서 책임감을 확실히 깨우치게 됐어요.”

무사히 실습을 마친 김 선생님은 현재 안동영명학교에서 교육정보부장으로 재임 중입니다. 교육정보부장으로서 학생들의 진로교육 뿐만 아니라 교내 120여대의 PC 관리, 개인정보 관리 등의 업무도 맡아 합니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부했으며, 재임 중에 대학원 졸업도 마쳤습니다.
지난해에는 경추 질환으로 목에 철심을 7개나 박는 큰 수술을 했음에도 꿋꿋하게 복직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정말이지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한 노력파 김 선생님입니다.
경추 협착증 진단 X-ray 사진
경추 협착증 진단 X-ray 사진
#널찍한 전자칠판,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김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들은 주로 특수한 욕구를 지닌 지적장애 학생들입니다. 수업에 참여하려면 매번 새로운 동기유발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교수학습 기자재가 절실했습니다. 또한 김 선생님처럼 뇌병변장애를 가진 교사의 경우 일반 칠판에 글자를 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전자칠판은 수업에 꼭 필요한 교육보조기기입니다.
이날 김 선생님의 수업은 학생들이 전자칠판을 터치하는 간단한 게임으로 시작됐습니다.
전자칠판을 사용하여 수업을 소개하고,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김성민 선생님
전자칠판을 사용하여 수업을 소개하고,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김성민 선생님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흥미를 유발해야 수업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어요. 쓰고 지우는 칠판이 아니라, 화면을 직접 손으로 누르고 만질 수 있기 때문에 반복학습도 가능합니다. 학생들의 이해도도 훨씬 좋아졌고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 게임을 마친 후에는 학생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를 체험하는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김 선생님은 볼링에 필요한 준비물과 자세 등의 자료와 영상을 전자칠판에 띄우고 설명합니다. 전자칠판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의 집중력이 제법입니다.
전자칠판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성민 선생님과 학생들
전자칠판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성민 선생님과 학생들
“이번에 월드컵이 열렸잖아요. 얼마 전엔 전자칠판에 세계지도를 띄우고 학생들과 월드컵에 출전하는 나라를 손으로 터치하며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봤어요. 이런 체험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사회적응에 도움이 됩니다.”

전자칠판을 이용한 수업은 일주일에 20번 이상입니다. 현재는 교과수업에만 쓰고 있는데 수업내용이 준비 되는대로 방과 후 수업에도 사용될 계획이며, 김 선생님 외에도 다른 선생님들도 전자칠판을 요긴하게 사용할 예정입니다.
#제 몫을 해내는 학생으로 키우고파
교육보조기기 지원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는 김성민 선생님
교육보조기기 지원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는 김성민 선생님
김 선생님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인정받는 인재가 되길 꿈꿉니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경험과 사람들을 접해볼 수 있도록 늘 고민합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전국 온라인 게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금상과 은상을 받은 적 있습니다. 타인과 겨뤄보고 상을 받는 경험을 통해 학생 본인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익혀 나갔으면 좋겠어요.”

김 선생님은 2학기에는 더 멋진 계획도 있다며 자신 있게 말합니다.
“인근 일반학교 학생들과 통합수업을 열어보려고 해요. 게임체험을 통한 통합교육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예요. 게임 대회를 열어서 비장애 학생들과 우리 학생들이 어울려 전자칠판을 이용해 온라인 게임 경기도 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일반학교 학생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것이고, 우리 학생들은 비장애인과 직접 소통하면서 졸업 후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되기까지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몸소 겪어서일까요? 그 누구보다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길 바라는 김 선생님입니다. 그는 먼 미래에 졸업한 학생들이 일의 즐거움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작업장을 만들 큰 꿈도 갖고 있습니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정직하게 일하고 월급 받으며 살 수 있도록 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는 작업장을 만들고 싶어요. 살면서 느끼는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일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학생들이 세금의 혜택을 받으며 사는 것보다 세금을 내는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그의 꿈이 실현될 첫 걸음으로 전자칠판이 큰 선물이 된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이 아닌 때에도 전자칠판 앞에 모여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김 선생님은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교육보조기기 지원사업으로 전자칠판을 받으면서 한국교직원공제회와 한국장애인재단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우리 장애인들을 배려해준다는 기분이 들어 행복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수업의 질을 높이고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한국장애인재단 한국교직원공제회
경일중학교 김미연 선생님

교직 생활의 동반자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 후, 학생들의 밝은 인사소리 뒤에 교실에서 나오는 김미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올해
9년차 영어교사로 재직 중인 김미연 선생님은 ‘아이들의 해맑은 눈빛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꿈을 이루게 해준 독서확대기
경일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미연 선생님
경일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미연 선생님
김미연 선생님은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책 한 페이지를 여러 부분으로 잘라 그 각각을 A3 사이즈 종이에 확대해 보면서 공부해 왔습니다. 장애인 단체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 날, 그녀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김미연 선생님
“지난 2007년 한창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1급 시각장애인이 처음으로 임용되었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나보다 앞서 그 길을 걷고 꿈을 이룬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김 선생님은 본격적으로 선생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교육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맨눈으로 글자를 볼 수 없었던 그녀에게 교사 준비 과정은 다른 사람들보다 난관이 많은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각고의 노력 끝에 교단에 설 수 있었습니다. 32세 나이에 교사로서 첫 월급을 받게 됐을 때 ‘부모님께 무슨 선물을 해드릴까’하고 행복한 고민을 했던 김 선생님. 그녀가 교단에 선 지도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가장 필요로 했던 선물
“저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스스로 참고 견뎌야 할 개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어요. 사회적 제도나 기기의 도움을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죠.”
그러던 김 선생님은 대학원에 진학해 처음으로 독서확대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독서확대기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 눈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사가 된 그녀에게 있어 독서확대기는 이제 ‘교직 생활의 동반자’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휴대용 독서확대기
휴대용 독서확대기
‘독서확대기’란 명칭 그대로 글자를 크게 확대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는 교육보조기기입니다. 간편하게 버튼을 눌러 배율을 조절하고 화면 색상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탁상용과 휴대용이 있는데, 특히 휴대용은 가볍고 휴대가 용이해 언제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김 선생님처럼 교실을 이동해서 수업하는 경우 꼭 필요한 보조기기입니다.

김 선생님은 임용 후 독서확대기를 구입해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첫 월급을 훨씬 넘어선 고가의 보조기기였지만, 급하게 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점자를 읽을 수 없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으로서 독서확대기 없이는 수업이 불가능해요. 임용 당시 처음 구입했던 독서확대기는 제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의미를 가졌고, 수업시수가 20시간이면 20시간, 언제나 함께 했기에 제 몸의 일부와 같아졌죠. 이외에도 학생들의 과제를 확인하거나 회의, 연수에 참석해 자료를 검토할 때에도 늘 함께였어요. 하지만 모든 기기들이 시간이 흐르면 노후화 문제를 겪듯이 제 독서확대기도 전원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화면도 지저분하게 보여 글자를 읽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어요. 배터리 수명도 줄어 매 수업 시간마다 전원이 꺼질까봐 걱정이 됐어요.”

현재 공립학교 교사들은 별도의 보조기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구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경제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모든 기기들이 그렇듯 세월이 흐르면서 낡고 고장이 잦아지면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고. 그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선생님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뜻밖의 기회였습니다. 바로 한국교직원공제회와 한국장애인재단의 ‘장애인 교원 교육보조기기 지원사업’입니다.

휴대용 독서확대기를 지원받은 김 선생님은 독서확대기를 직접 시연해보이면서 만족감을 표현합니다.
교육보조기기 지원 소감을 전하는 김미연 선생님
교육보조기기 지원 소감을 전하는
김미연 선생님
“선명하게 보이는 고해상도의 LED창과 원거리 조정을 좀 더 쉬워진 점이 특히 마음에 들어요.”

새로운 교육보조기기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다양합니다. “선생님 이거 짱 좋아요!”, “한 번만 봐도 돼요?”라며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로 수업 후 쉬는 시간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를 통해 교사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장애인 교원의 수업에 필요한 교육보조기기 지원이 확대되고 많은 교원분들이 학생들과 더욱 즐겁게 수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김 선생님 목표는 지금처럼 변함없이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배움을 전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성격, 환경, 신체 발달 등 아이들 모두 개개인이 다른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히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장애에 대해 훨씬 유연하게 반응합니다. 늘 선생님으로써 저를 존중해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여전히 많은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 줄 수 있는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김 선생님은 지금도 학생들과 마주한 첫 수업시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디에서든지 크고 넓은 세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한국장애인재단 한국교직원공제회
충남중학교 오수경 선생님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사춘기로 접어드는 중학생들, 그 이유 없는 반항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차분히 삶의 이정표가 되어 주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바로 충남 중학교의 오수경 선생님입니다. 오 선생님은 매일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더 오래 교직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행복한 고민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코끝이 까맣던 아이
“맨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글자를 보느라 책이나 공책에 얼굴을 빠짝 대고 봤어요. 특히 공책을 볼 때면 코끝이 늘 공책에 닿았을 정도예요. 까맣게 연필 가루가 묻어나올 때가 많아 놀림도 많이 받았죠.”

현재 충남중학교 국어 교사이면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오 선생님은 올해 9년차에 접어든 교사입니다. 오 선생님이 맡은 반의 아이들은 이제 갓 중학생이 된 터라 앳된 얼굴과 개구진 행동에서 영락없는 중학생의 천진난만함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을 천천히 살핍니다.
대전 충남중학교
대전 충남중학교
오수경 선생님은 태어날 때부터 저시력 장애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며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공부를 했습니다. 그 때문에 공부를 할 때마다 저시력으로 인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생기곤 했습니다. 앞서 그녀가 이야기한 코 끝에 묻은 연필 가루에 대한 일화처럼 말입니다.

오수경 선생님은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 진학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녀는 고심 끝에 특수학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당시에는 막연하게 저시력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이나 사용할 수 있는 기기 등 무언가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있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갔어요. 그곳에선 생각보다 더 자세히 입학 상담을 해주셨죠. 특수학교에 다시 입학을 할 경우 고등학교 1학년 과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다시 시작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과감히 일반 고등학교에서 특수학교로 배움터를 옮겼습니다.”
충남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오수경 선생님
충남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오수경 선생님
오수경 선생님은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 생각해도 잘 한 결정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늘 코끝이 까맣게 되도록 공책을 가까이 들여다 봐야했던 그녀의 삶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입니다. 특수학교로 옮기고 부터는 정확한 저시력 등급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고, 확대경 등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기기를 통해 수월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교사를 꿈꾸다
오수경 선생님이 옮겨 갔던 특수학교에는 탁상용 확대 독서기가 각 반마다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수시로 기기를 이용해 이전보다 쉽게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오수경 선생님의 코끝은 까맣게 되지 않았습니다.
특수학교에는 저시력이나 약시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의 열정을 놓지 않던 선생님들도 많았습니다. 오수경 선생님은 그들을 보며 한때 특수학교 교사의 꿈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교사를 꿈꾸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오수경 선생님
교사를 꿈꾸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오수경 선생님
“처음에는 특수학교 교사가 목표였지만 막상 대입 원서를 내려고 하니 특수교육 쪽이 포화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을 해야 하다 보니 저 스스로 남들보다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점이 있는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국어교육과에 원서를 냈어요. 일반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고, 문학과 고전, 문법 등 광범위하게 공부를 해야 했지만 어려움만큼 큰 수확이 있었죠. 이렇게 9년이 다 되어 가도록 교단에 설 수 있게 됐잖아요?”

하지만 국어교사로 일하는 동안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를 참고해 수업할 때나 시, 소설을 읽고 학생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경우에는 늘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국어 수업의 특성 상 지문이 많아 확대 독서기로도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눈의 피로 또한 쌓여만 갔습니다.

“저시력 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은사님을 통해 한국교직원공제회와 한국장애인재단의 ‘장애인 교원 교육보조기기 지원사업’에 대해 알게 됐어요. 문서를 음성으로 인식하는 기능의 교육보조기기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바람을 이루게 되었죠.”
문서인식 H/W 및 S/W
문서인식 H/W 및 S/W
오 선생님은 문자를 인식하여 음성으로 변환, 출력하는 시스템을 갖춘 기기를 지원받았습니다. 이 기기는 각종 문서 형식의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하여 보다 정확하고 편리하게 문서를 편집하고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오 선생님처럼 막대한 지문을 다뤄야 하는 국어 교사에게 꼭 필요한 기기입니다.

“교육보조기기 덕분에 교사의 업무 처리와 수업 준비가 수월해지면 그 혜택을 누리는 대상은 교사이기 보다 아이들이 아닐까요? 모든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쏟아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의 희망과 꿈이 될 수 있기를
오 선생님은 평소 시력 보호를 위해 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선생님은 왜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요?”라며 질문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가끔 아이들의 질문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장애’에 대해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선생님의 몫이 아닐까요?”

선생님의 노력 덕분인지 학생들은 그녀의 장애 보다 장애를 가지고 선생님이 된 과정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더 궁금해 한다고 합니다. 오 선생님은 ‘나의 지난날들이 아이들에게 희망이자 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자주 보는 사람들을 더 잘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 때문에 거리에서 제자를 우연히 마주칠 때면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마다 무척 안타까워요.”

하지만 다른 이들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잘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졌기에 오 선생님의 눈길 안에서 가르침을 받은 제자라면 선생님의 마음을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오 선생님은 승진과 같은 인생의 성공보다, 그녀의 소망은 오로지 더 오래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뿐입니다.
자신의 소망을 전하는 오수경 선생님
자신의 소망을 전하는 오수경 선생님
“제 능력이 닿는 한 오래 교직에 머물고 싶어요. 내일도 오늘처럼만 보낼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제게 소중합니다.”

오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오늘 보다 빛날 내일을 기대하며, 선생님의 앞날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한국장애인재단 한국교직원공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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